기고문/기타

발행처 세계일보 
발행일 2018-03-13 

[유엔문서로 본 한국 재건사] ⑦ 한국전쟁 당시 핵무기 사용에 대한 군사적 검토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안보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북한의 핵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되는데 맞서 미국은 대북(對北) 선제타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실제로 괌에서 이륙한 미국의 전략폭격기들이 수시로 한반도로 들락거리며 폭격훈련에 나서는 등 전운(戰雲)은 짙어갔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던 이러한 위기 국면은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예고로 극적인 반전(反轉)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1945년 8월 9월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 죽음의 버섯구름이 솟아오르고 있다.
미국 국가기록원(NARA) 제공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68년 전인 1950년 6·25전쟁 때도 한반도를 구한 반전이 있었다.

미국은 북한의 기습 남침에 따라 유엔군 일원으로 한반도 공산화를 막기 위해 참전했다가 중국군이 개입하자 핵무기를 만지작거렸다. 유사시 북한지역과 중국, 구(舊)소련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작전명 허드슨 하버(Operation Hudson Harbor) 계획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전에 핵무기를 투입하지 않았다. 군사적으로 핵무기 사용 옵션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우세했지만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이를 접었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으로 핵무기 사용을 고집했던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사령관은 옷을 벗었다. 이미 다양한 관련 연구로 알려진 내용이다.

치명적 대량살상무기(WMD)인 핵은 가공할 파괴력만큼이나 유혹도 강렬하다. 적은 비용에 상대방을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뜨리면서도 자신은 지켜 낼 수 있다고 믿게 하는 판도라의 상자다. 그런 이유로 당시 결정은 여전히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6·25전쟁 당시인 1950년 12월13일 미국 육군부가 일본에 있는 극동군사령부에 한반도에서 핵무기의 전술적 사용에 대한 군사적 검토를 지시한 공문.

6·25전쟁 때 한반도에서 핵무기의 전술적 사용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곳은 워싱턴에 있는 미국 육군부(Department of the Army)이었다. 1950년 11월, 중국군이 압록강을 넘은 시점이었다.

미국 육군부는 1950년 11월 29일 미국 극동군사령부로 공문을 보내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 시 군사적으로 검토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공문의 명칭은 ‘주한 지상군 근접지원을 위한 원자폭탄 비상사용’(Emergency Use of Atomic Bomb in Close Support of Ground Forces in Korea)이었다. 극동군사령부는 그해 12월 19일까지 검토 보고서 작성을 완료하겠다고 답했다. 극동군사령부에서 이 검토 보고서를 작전연구소(Operations Research Office·미국 육군의 지원으로 설립된 민간군사연구센터)연구(ORO Study)라고 불렸다.

이후 극동군사령부에서 작성된 검토 보고서는 육군부로 발송됐고, 육군부는 이를 반영해 다시 완성된 보고서 초안을 만든 뒤 재차 극동군사령부로 내려보냈다. 그러자 극동군사령부는 이듬해 1월 2일까지 이 초안에 사령부 예하 각 참모부가 코멘트를 달도록 지시했다.

숙명여대 글로벌거버넌스연구소는 당시 미 육군부와 극동군사령부 사이에 주고받은 이 공문들을 입수해 극동군사령부가 핵무기 사용에 어떤 견해를 표명했는지를 확인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기는 처음이다.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소견을 제시한 극동군사령부 예하 참모부는 모두 12개 부서다.

작전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작전참모부 작전부서는 핵무기가 왜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만일 핵무기 공격을 감행한다면 그 후속조치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을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그러면서도 “공격 목표를 정확히 분별한다고 해도 현재의 항공기 역량으로 볼 때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이렇게 되면 아군 피해도 상당 수준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군부 보고서가 평지에서의 효과 극대화 상태를 전제로 삼고 있으나 한반도 지형은 산악이 대부분이라 일본과는 달리 피해 규모가 어떻게 발생하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작전참모부 계획부서 의견 >
소련의 보복 공격역량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련의 핵무기와 화생무기 보복 역량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작전참모부 계획부서는 핵폭탄 투하 이후 구소련의 핵과 화생방 무기의 보복 공격 위험성을 피력했다.

합동전략기획단(JSPOG)도 육군부 보고서의 가정과 전제의 오류를 지적하며 비관적 반응을 보였다. 미군과 유엔군이 핵무기 공격에 대비한 사전준비가 부족하다는 점도 부각했다.

핵무기 사용에 가장 부정적 태도를 보인 곳은 정보참모부였다. 육군부가 효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보 변수는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공격 목표 식별의 부정확성을 예로 들었다. 육군부가 핵무기 사용에 필요한 준비시간을 11시간으로 잡은 것도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보참모부 의견 >
전체적으로 미국 육군부에서 검토한 핵무기의 전술적 사용에 대한 보고 내용은 정보 분야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단지 핵무기 사용으로 얻어지게 될 효과에만 초점을 맞춘 채 전쟁 현장에서 작동하는 변수들에 대한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화학참모부 역시 “유엔군의 조직과 훈련, 장비 등 측면에서 핵무기 폭발에 따른 보호조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방사능 탐지를 위한 장비 소요는 약 7000개 정도로 집계된다”며 핵무기 공격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비해 일선 전투부대는 필요하면 핵무기 투입 찬성 기류가 강했다. 주한 미국 육군 제8군사령부는 중국과 만주지역에 핵무기를 투하한다면 유엔군의 병력 열세 문제가 해결되고 중국군의 전투 의지를 꺾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켜 전쟁을 종식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과 함께 중국군의 수적 우세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병과 의무도 찬성 쪽이 우세했다.

<핵무기 사용에 대한 극동군사령부 12개 참모부의 개괄적 평가>
핵무기를 공격용으로 투입하기 위해서는 이를 주도하는 전투병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너무 성급하게 실행하는 경우 기습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육군부 보고서는 핵무기를 평지에 투입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는데, 한반도의 지형적 조건은 산악과 구릉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12개 참모부서의 의견을 종합하면 핵무기 투입에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런 내용은 1951년 11월 육군부가 작성한 ‘한국내 전술적 원폭 사용’(Tactical Employment of the Atomic Bomb in Korea)이란 최종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균형감과 냉철함을 잃지 않았던 극동군사령부 참모부의 소견이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았는지도 모른다. 지난 역사를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오늘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 위해서다. 아무쪼록 5월 북·미 정상 간 접촉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취재지원=숙명여대 글로벌거버넌스연구소 김수연 팀장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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